삶의 가장 큰 목적은 무엇일까?

아마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답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었던 '행복'일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일을 하는 목적이 결국에는 행복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의 여지가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일상에 충실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인가 자신이 추구하던 '행복'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그저 습관에 의해 살고 있다는 것을 가끔 느끼게 될 때가 있다. 아서 밀러(Arthur Miller)의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은 이렇게 자신의 삶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일상에 함몰되어버린 세일즈맨 윌리 로먼(Willy Loman)에 대한 이야기이다.

"Death of a Salesman" 초판본
출처: 위키피디아

이 희곡은 윌리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그가 들고 들어온 커다란 짐들과 얼마나 운전을 오랫동안 했는지에 대한 정황한 설명은 윌리가 자신의 일상에 대한 반성의 기회조차도 얻을 수 없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윌리의 말 속에는 '행복'이 결핍되어 있으며, 단지 돈과 성공에 대한 강박적인 욕구가 담겨있을 뿐이다. 아들 비프(Biff)와의 대화를 통해, 윌리가 비프에게 기대하는 성공과 비프가 추구하는 행복 사이의 깊은 골이 패여있음을 알 수 있다. 아내 린다(Linda)와는 부부로서의 애정을 찾아보기 어려우며, 둘의 대화는 주로 갚을 빚이 얼마나 남았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윌리가 가지는 돈과 성공에 대한 집착은 다분히 종교적이기까지 하다. 그가 계속해서 언급하는 브랜드(상표)들은 현대 사회의 새로운 신화들이다. 2막 초반의 하워드(Howard)의 Wire Recorder는 이러한 물신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이다. 하워드는 끊임없이 이 새로운 기계에 대한 찬양을 하고 있으며,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윌리의 존재는 기계 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도 이길 수 없는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 윌리의 일생 또한 그가 산 물건에 대한 빚을 갚는 과정으로 보여지며, 심지어 아내 린다는 이 빚을 다 갚았다는 것으로 그들의 삶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이 대화에서 삶의 목적은 더 이상 행복이 아니다. 물건을 사고 그로 인한 빚을 갚기 위해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되는 것이다.

윌리의 집착은 자신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아들인 비프가 성공할 것이라며 맹신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데카르트의 말처럼 비록 신이라고 할지라도 인과적 자연법칙을 어길 수 없기 마련이다. 윌리의 신화 만들기는 여기에서 두 번째 좌절을 맞게 된다. 비프는 인생의 진로가 결정되는 시기에 윌리의 외도 장면을 목격한 후, 스스로의 삶의 기회를 포기해 버렸으며, 이후 그의 삶은 어떤 뚜렷한 특징도 가지지 못한 채 계속되는 실패에 만성적인 좌절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더군다나 윌리의 비프에 대한 광신적인 믿음으로 인해, 비프는 남의 물건을 훔치면서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이는 비프를 지지해주는 힘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프의 삶이 결정적으로 실패하게 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게 된다.

마지막 순간, 윌리는 자신이 진 모든 빚을 '성공적'으로 다 갚은 후, 비프에게 있어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보험금을 안겨주기 위해 기꺼이 순교자로서 삶을 마친다. 하지만 이후의 비프의 성공여부는 매우 의심스러우며, 실제로 윌리와 벤(Ben)의 대화에서 잠시 엿보였듯이 마지막 순교의 댓가가 비프에서 제대로 주어졌는지조차도 확신할 수 없다. 그가 뿌린 기대의 씨앗은 싹을 틔우지 못하고 말라버린 것이다.

극중에서 윌리와 가장 닮은꼴이라고 할 수 있는 해피(Happy)를 살펴보면, 윌리가 만약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윌리의 성공이 사무실에 앉아서 편히 일하는 승진을 의미한다는 점이나, 해피가 자신의 윗사람들을 누르고 올라가겠다고 다짐하는 장면들은 윌리와 해피의 삶 사이에 닮은 모습들이다. 해피 또한 돈과 성공에 대한 광적인 열망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그의 여자관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해피의 이성에 대한 탐닉은 돈과 성공에 대한 열망이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부분이다. 이들의 성공은 결국 다른 사람을 누르고 그들의 동경 어린 눈빛을 받는 것으로 귀착된다. 윌리가 가장 성공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그의 형 벤은 자신이 이외의 다른 사람은 이용대상으로 취급하며, 다른 사람의 실패를 발판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성공을 이룩했을 뿐이다. 개인의 성공이란 경쟁이 가지는 어두운 측면을 빼놓고 말할 수 없으며, 필연적으로 그늘을 지닐 수 밖에 없다.

"세일즈맨의 죽음"속에서 드러나는 치열한 삶의 모습들은 결국 현재를 살아가는 일반적인 소시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너무 쉽게 외면해버린다. 아서 밀러는 작품을 통해 희생자이면서도 가해자로써 살아가고자 하는 개인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왜 사회가 그토록 성공을 부르짖고 있는지, 정말 우리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잠시 가던 길을 멈춰 서서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