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는 목표지향적이다. 함께 한다는 것은 속도와 어울리지 않는다. 더 빠르거나, 혹은 늦을 뿐이다. 그 속에서는 대화도 없고, 상대에 대한 배려도 없다. 왜냐하면 먼저 가는 자가 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는 곳, 인간이 만드는 모든 것은 인간을 닮아있다. 도시도 마찬가지라서, 도시의 풍경을 보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대강이나마 그려진다. 여유롭고 다소 느긋한 걸음걸이를 가진 도시는 사람들 또한 여유롭고 느긋하게 보이며, 새로움과 빠른 걸음이 연상되는 도시의 사람들은 새롭고 신선한 것들을 선호할 뿐만 아니라 유행의 주기 또한 빠른 것 같다.

그래서 여전히 난 서울을 사랑하기가 힘들다. 이 도시는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조금이라도 늦는 것들은 가차없이 버리고 떠나기 때문이다. 속도엔 배려가 없다. 내가 빨리빨리라는 말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쫓아가거나, 낙오될 뿐이다. 속도감도 영리하고 매력적이지만,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는 지혜는 그 속에서 찾아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