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신나고, 활기차고, 그리고 적당히 감동적이려고 하는, 장르적 특성에 매우 충실한 뮤지컬.

영화 "러브 액츄얼리"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기대한다면, 아마도 "사랑에 관한 소묘"는 그 기대치를 조금도 실망시키지 않을 것 같다. 오랜 공연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꼼꼼한 디테일과 짜임새는 이 뮤지컬의 가장 큰 장점으로, 공연시간 내내 나무랄 데 없는 호흡과 집중력으로 갈무리된다.

다만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는 극적 특성에서 약간은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왜냐하면 덕분에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 이미 설정 자체에서 이야기의 전개와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이 뮤지컬이 어떤 의외성이나 이야기성을 기대하는 류의 그런 작품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극적 상황이 공감되지 않는다면 그 탄탄한 짜임새에도 불구하고 에피소드 내내 그 다음 에피소드만을 차분히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데이트 코스로는 적극 추천. 삶의 무거움을 잠시라도 잊고 싶다면 역시나 적극 추천. 즐겁고, 신나고, 활기하고, 그리고 적당히 감동적이려고 하는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퇴근길에 기울이는 한 잔의 소주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뮤지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