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날카로워서, 그래서 아픈 작품.

몇 해전 전주영화제에서 봤던 "마데이누사(Madeinusa)"라는 작품이 떠오른다. 아름답고 평화로울 것만 같은 시골마을에는 누구도 몰랐고, 관심 가질 일도 없었던 그들만의 진실이 있었다.

하지만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에는 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바라보는 그들만의 이야기로 머물려 하지 않는다. 장철수 감독은 스크린을 하나의 거대한 거울로 바꾸어놓으려 했다. 장면 하나하나가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관객들의 자화상으로 바뀌어간다.

이 작품이 힘겹게 느껴진다면 아마도 그 이유는, 붉은 피가 낭자한 살인 장면이 영화 안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일 것 같다. 모든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마저 잃어버린 그녀에게 태양은 과연 무슨 말을 걸었던 것일까.

그 섬에서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어쩌면 그 섬 자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소름이 돋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