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Bedevilled, 2010)”
너무 날카로워서, 그래서 아픈 작품.
몇 해전 전주영화제에서 봤던 "마데이누사(Madeinusa)"라는 작품이 떠오른다. 아름답고 평화로울 것만 같은 시골마을에는 누구도 몰랐고, 관심 가질 일도 없었던 그들만의 진실이 있었다.
하지만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에는 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바라보는 그들만의 이야기로 머물려 하지 않는다. 장철수 감독은 스크린을 하나의 거대한 거울로 바꾸어놓으려 했다. 장면 하나하나가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관객들의 자화상으로 바뀌어간다.
이 작품이 힘겹게 느껴진다면 아마도 그 이유는, 붉은 피가 낭자한 살인 장면이 영화 안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일 것 같다. 모든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마저 잃어버린 그녀에게 태양은 과연 무슨 말을 걸었던 것일까.
그 섬에서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어쩌면 그 섬 자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소름이 돋아오른다.
4 Comments
우리는 철저히 그런 섬이 있었어. 그 섬에 여리지만 짐승 같은 여자가 있었어, 라고 말하고 싶을 거다. 하지만 감독은 철저히 우리의 관성화된 위선을 알고 있었다.
답글삭제잔인할 정도였지. 중간에 그만 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답글삭제"붉은 피가 낭자한 살인 장면이 영화 안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일 것 같다."
답글삭제정말 공감되네요. 피가 철철 흐르는 장면은 타란티노 영화 보다도 잔인하게 느껴졌어요.
전 보고나서 슬프다기보단. 불편한 진실을 하게된 느낌이었죠 ㅎㅎ
네, 정말 무서운 작품이었죠. 피가 흐르기 전이 오히려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데에 참... 전 너무 갑갑해서 뛰쳐나가고만 싶었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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