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g Qingsong (왕칭송) : 홈페이지 보기

1966년 중국 헤일룽장성(Heilongjiang) 출신의 사진작가로, 현재 베이징에서 활동 중이다.

우리는 목적을 상실한 역사의 고아다. (영화 <파이트클럽, 1999> 중에서)


TV 안의 삶은 화려하다. 고층아파트에서 여자들은 새로 산 냉장고를 바라보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그럴듯한 차를 몰고 다니는 남자들은 한껏 어깨를 치켜세우며 자신감을 표출한다. 연예인들은 화려하게 스스로를 꾸미곤 무대 위에서 즐거움을 말하고, 향수를 뿌리고 농구공을 튀기는 외국인들은 활기찬 어조로 상품을 자랑하는데 여념이 없다. 아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누구 하나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TV 속의 풍경을 바라보며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조금 나이가 들어 세상으로 나서면 꿈꾸던 세상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개인은 그저 무리 속의 하나에 지나지 않고, 또한 더 이상 손님이 되지 못하면 가차없이 외면받는다. 환상과 현실 사이. 왕칭송은 그 사이에서 집을 잃어버린 시대의 풍경을 그려낸다.


Wang Qingsong, Competition, c-type print, 170 x 300cm, 2004, Courtesy the artist
출처 : http://www.wangqingsong.com/

우스운, 그렇지만 웃을 수 없는. AES+F처럼 희극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왕칭송의 작업들은 보다 직관적으로,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 지금 현재의 중국을 이야기한다. TV 속의 잘난 사람들은 사람들을 유혹한다. <Follow Me(나를 따라오세요), 2003>라며 마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금방이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불어넣고, <Romeo and Juliet(로미오와 줄리엣), 2009> 속의 외국배우들은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각종 브랜드로 몸에 두르곤 순진한 사랑을 속삭인다. 그리고 마음 가득 환상을 품은 사람들은 영화 <집으로 가는 기차, 2009>처럼 <Hard-seat Compartment(딱딱한 좌석 객실), 2008>에 올라 성공할 자신을 꿈꾸며 도시로 발걸음을 향한다.

하지만 그렇게도 바라던 도시는 삭막하기 그지없다. 간신히 자리잡은 <Dormitory(기숙사), 2005>는 사람들로 빽빽하게 들어차 영 불편하기만 하다. 담장을 빼곡히 메운 전단들처럼 <Competition(경쟁), 2004>은 한숨을 돌릴만한 조그만 틈도 허용하질 않는다. 그나마도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에 밀려버리면, 한낱 <Tramp(부랑자), 2004>가 되어 쓰레기와 함께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수 밖에 없다. '꿈이 현실이 되는' 도시의 풍경은 헐리우드 영화 <Iron Man(아이언 맨), 2008>으로 비유되며 웃지 못할 희극이 된다. 왕칭송에게 중국의 현재는 곧 전쟁터나 다름이 없다. 광고는 총성보다도 크게 울리고, 그렇기에 어디에서도 마음을 놓을만한 <Home(집), 2005>을 찾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