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 금강
출처 : http://www.ryugaheon.com/

일시 : 2010.05.25~2010.05.30
장소 : 사진위주 류가헌(통의동)

강은 역사를 바라본다. 어떠한 생명도 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기에, 강은 조용히 흘러가며 인류의 문명 역시 인내심있게 지켜봐왔다. 인간의 기억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울 정도로 너무나도 긴 역사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강. 언제까지고 그렇게 고고이 흘러야만 할 강에 소음들이 들려온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혹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일제히 강으로 향한 이갑철, 한금선, 조우혜, 김흥구, 최형락, 성남훈, 최항영, 노순택, 강제욱, 이상엽 등 10명의 사진가들. 이미 한시대를 풍미하고 있다고 말해도 좋을만한 예술가들이기에, 풍류를 위해서, 봄의 정치를 만끽하기 위해서 찾아간 강이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강은 어제의 강이 아니었다.



포크레인이 끔찍하게 파헤쳐놓은 강의 연한 살결들. 아픔을 이기다 못해 흙으로 붉게 물든 강물을 끊임없이 짍밟고 지나가는 덤프트럭. 다가오는 운명을 모르는 듯, 체념한 듯 강의 운명을 바라보는 이들의 뒷모습. 밤과 낮을 가리지 않는 포크레인의 손길 아래에서도 꾿꾿이 마지막을 지켜내는 나무 한 그루와 물고기떼들. 그리고 음울하게 드리운 구름 아래 대비되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

생명이 하나씩 꺼져가는 낙동강과 한강, 금강, 영산강의 죽음의 순간들. 인내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강의 현재를 바라보고 온 작가들의 전시는 이리저리 꾸미고 정리할 틈도 없이 한시라도 빨리 이 우울한 현재를 함께 나누어야만 한다는 조급증으로 가득하다. "강강강강, 사진가들 강으로 가다"전의 전시기간이 겨우 일주일 남짓이라는 건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듯, 이 슬픔의 기록은 이제 고작해야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