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노아, 교만(Pride), 캔버스에 유채, 180x260cm, 2010
출처 : http://www.anoliw.com

일시 : 2010.05.13~2010.05.30
장소 : 브레인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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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지의 죄(sin)로 말하는 자신의 초상. 오늘날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한 근대국가에서 보통 죄라고 하면 사법적인 규칙의 위반을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죄를 규정짓는 근원에는 항상 윤리와 종교가 있었다. 살인을 저지른 한 청년의 모습을 치밀하게 그린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서도 살인이라는 범죄와 그에 뒤따르는 형벌이 심층적인 의미를 지니지못했던 것처럼, 죄가 무엇인가하는 문제를 법조항만으로 규정짓기에는 어려워보인다.

표면으로 드러나는 범죄행위는 물리적인 처벌이 뒤따른다. 하지만 처벌이 속죄와 동의어라고는 할 수 없을 뿐더러, 게다가 때때로 위법행위보다는 비윤리적인 행위가 더욱 더 큰 문제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법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죄의 풍경들. 류노아 작가는 의식에 침잠해 있는 종교적인, 보다 정확히는 기독교적인 7가지 죄(Seven deady sins; 색욕, 탐식, 탐욕, 게으름, 교만, 시기, 화)를 기본으로, 게으름과 탐식 대신, 중독과 자화상을 넣은 7가지 죄의 풍경들을 보여준다.

무거운 주제, 하지만 위트있는 구성. 어려운 전시제목(Cupiditas; 탐욕)과 주제에도 불구하고, 류노아가 그려낸 풍경은 화려한 색감과 풍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마치 한 편의 순서없는 연극을 보는 듯, 하나씩 하나씩 따라가다보면 숨어있던 이야기들과 상징들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온다. <교만>의 탑 중간에 앉아있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색욕>의 나무 안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만화 속 캐릭터, <시기>의 저울 곁에서 드러나는 고야의 <사투르노> 등 다양한 디테일과 차원을 지닌 죄의식의 풍경은 묘한 쾌감마저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류노아 작가의 7가지 죄가 결코 가볍다고 볼 수만은 없다. 상대적으로 간결하게 압축되어 있는 <자화상>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이 풍경들엔 작가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담겨있고,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이 지닌 죄가 무엇인가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의식에 침잠해있는 하나의 잠재태, 혹은 태도로써의 죄.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잣대가 판단의 중심에 서있는 현대사회에서 류노아 작가의 작업은 잊혀져가던 가치들을 떠올리게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