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행은, 반항의 성자, 캔버스에 유채, 61×50cm, 2010
출처 : http://neolook.net/

일시 : 2010.06.02 ~ 2010.06.08
장소 : 갤러리 가이아

동화와 현실과의 괴리. 파스텔톤으로 채색된 동화책이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서 아이들은 환상적인 모험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역경을 이겨내고 행복한 표정으로 마무리되는 결말. 하지만 현실세계는 짧은 괴로움만을 극복한다고 해서 영원한 행복을 약속받지도 못할 뿐더러, 심지어는 현실의 아이들에게서 동화 속 아이의 표정을 기대하는 것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잔뜩 찌푸린 아이들의 표정. 어쩌면 현재의 세계에서 동화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슈퍼맨이라고, 공주라고 믿는 아이들보다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하거나 주식에 대한 지식이 많은 아이들이 더욱 더 사랑받는 시대.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하고, 내일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어른들과 함께 나누어야만 한다. 그래서 하행은 작가의 아이들은 마치 할아버지와 같은 표정으로 스스럼없이 어른들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꽉 다문 입술, 불만 가득한 시선. <직접적 대면, 2010>으로 에덴의 사과를 깨문 아이들은 <반항의 성자, 2010>에서 기꺼이 십자가를 지고 말씀에 저항하려 든다. <불굴의 의지, 2010>에서 디즈니의 만화캐릭터들은 무언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진지하게 담배를 태우고, <영웅의 환상에 취한 소년에게, 2010>의 배트맨의 가면을 쓴 아이들 역시 냉소적인 표정에서 아이다운 치기는 사라진지 오래이다. 순수함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분노. 파스텔톤의 반항.

아이들이기에, 하행은 작가의 화폭 속의 표정이 어쩌면 다소 가소롭거나 우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표정은 오로지 현실에만 집착하는 현재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사소한 실수도, 어떠한 삶의 시행착오도, 꿈을 꾸며 행복한 웃음을 지을 권리도, 어떠한 것도 허용받지 못하는 아이에게 주어진 것이란 오로지 분노하거나 혹은 체념하거나 둘 중 한 가지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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