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삼청동의 즐비한 갤러리들. 생활에 이리저리 치이다, 어쩌다 종로에 발길을 향하시는 분들이라면 그 수많은 갤러리들에 쉽사리 발걸음을 들여놓을 수 없는 어떤 묵직한 기운에 겁을 먹으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소심한 걸론 질 수 없는 필자도 더러는 그냥 길거리를 방황하다가 집에 돌아온 적도 있었으니... 갤러리들이 비록 새침한 표정을 하고 있다지만, 더러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며 시끄럽게 떠들어주길 바랄 때도 있다더라. 아주 가끔 예외도 있지만 대개는 무료입장, 가는 발길도 오는 발길도 막지 않는 쿨한 모습. 감상도 자유, 해석도 자유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건 평론가들에게 던져두고 가볍게 친근한 척 해주는 것만으로도 갤러리들의 표정은 밝아진다.

그래서 "또" 준비했다.



삼청동/인사동 갤러리 투어!

오붓한 데이트를 찾는 연인들도, 이래저래 답답한 솔로들도, 사는 재미라곤 도통없는 직장인들도, 가끔은 일탈을 꿈꾸는 학생들도, 문을 여시라. 개장시간이라면 열릴 것이다! 대략 수요일에서 토요일 사이, 오전 11시부터 5시 사이라면 전시준비 중인 갤러리를 제외하곤 굳이 발길을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번에는 필자가 어느 정도 신뢰하는 갤러리들만 선정하여, 대략 지역별로 가볍게 언급하고자 한다. 물론 앞선 투어에서도 누누히 언급되었듯이 개인적 친분 및 취향이 상당부분 작용되었다.





첫번째. 인사동.

기본코스(괄호 안은 개장시간) : 종각역 -> 토포하우스 (10:00~19:00) -> 인사아트센터 (10:00~19:00) -> 영아트 갤러리 (10:00~19:00) -> 쌈지 (10:00~19:00) -> 장은선 갤러리 (10:00~18:00 / 일요일 - 11:00~17:00)

대개 인사동 갤러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사동과 관훈동에 걸친 갤러리 라인이다. 일단 인사동 갤러리의 특색이라면 양에서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을 땐 한 번에 10여명의 전시가 나란히 놓여지는 인사아트센터의 종합선물세트는 이미 꽤나 악명높은 편이다. 영아트 갤러리 주변으로도 갤러리 이즈와 가나아트센터, 갤러리 가이아 등이 즐비하게 있어, 많이 보다보면 그래도 몇 개정도는 맘에 드는 작품을 찾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또한 많다보니 어지간하면 헛걸음할 일도 드물 뿐더러, 주변에 카페나 주막, 먹거리, 아트샵 또한 지천으로 널려있어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점 또한 장점일 수 있겠다.

다만 역시 너무 많다보니 어느 곳이든 선뜻 들어가기가 어려워지고, 아울러 사람도 그만큼 많이 지나다니다보니 약간은 치인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건 역시 단점이다. 특히 주말이라면 쌈지길이 주는 압박감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마실을 나가기엔 적당하지 않다. 그리고 필자만의 낯선 감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전시에도 불구하고 참 일관되게도 좋을 땐 다 좋지만, 또 별로일 땐 다 별로라는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어쨌든 인사동은 미술계의 백화점이나 다름없는, 여전히 상징적인 장소이다.



두번째. 삼청동.

기본코스(괄호 안은 개장시간) : 안국역 -> 갤러리175 -> 아라리오 갤러리 (11:00~19:00 / 월요일 휴관) -> 트렁크 갤러리 (10:30~18:00 / 월요일 휴관) -> 갤러리 진선 (10:00~19:00 / 일, 공휴일 12:00~19:00) -> 공근혜 갤러리 (10:00~18:00 / 일요일 : 12:00~18:00 / 월요일 휴관) -> 갤러리 영 (11:00~19:00)

갤러리 투어에서 이미 여러차례(그래봤자 2번이지만) 울궈먹었던, 미술계의 주류들을 만나볼 수 있는 삼청동의 갤러리들. 인사동이 가나아트를 발판으로 한다면, 삼청동은 아트선재를 발판으로 한다. 양으로는 인사동에 훨씬 못 미치지만, 주류축에 있다보니 신뢰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리고 인사동에 비해서 적을 뿐, 아트선재 주변으로 아라리오 갤러리, 이화익 갤러리 등이 있을 뿐더러, 갤러리 진선 주변으로 갤러리 빔, 갤러리 인 등, 절대적인 숫자 자체만 보면 이쪽도 꽤나 튼튼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 북카페, 레스토랑, 디자이너샵 등도 꽤나 많아 역시 달리 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다만 인사동이 전통적인 한국의 색채를 내기 위해 나름 노력한다면, 이쪽은 유럽이나 미국 등의 서구적인 느낌이 난다는 게 다른 점이다.

하지만 역시 무언가가 많다는 건,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다는 반증인 법. 예전의 한적함과는 달리 요즈음의 삼청동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 주말이면 발디딜 틈을 찾기가 어렵다. 길도 그다지 넓지 않아서 자칫하면 그냥 사람들에게 쓸려다닐 수도 있기에 다소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어찌되었든 안정적인 전시와 이름난 작품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삼청동은 피할 수 없는 코스이다.



세번째. 사간동.

안국역에서 나와 아트선재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대로로 쭉 걸어나오면 경복궁의 맞은 편으로 큼지막한 갤러리들이 나란히 줄지어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금호미술관, 갤러리 현대부터 선 컨템포러리와 국제갤러리까지 이어지는 사간동의 갤러리들. 비지니스적인 마인드가 강해서 상당히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편이다. 몇 해전 잠깐이나마 불었던 미술시장의 훈풍의 주역들이기도 하며, 그런만큼 컬렉터들을 위한 전시가 주를 이룬다. 다만 요즘에는 모습을 탈바꿈한 기무사 갤러리나 갤러리 온 등이 활발히 활동하며 사간동 갤러리의 색채를 조금은 바꾸어가고 있는 듯 하다.



네번째. 통의동.

경복궁 서편으로 자리잡고 있는 갤러리들은 젊고 실험적인 작가들을 포섭하며 새로운 미술팬들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통의동의 갤러리들은 양도 많지 않고 상당히 소박한 편이지만, 옆집갤러리와 쿤스트독, 브레인팩토리 등의 아기자기하고 특색있는 공간들은 비록 작품이 실망스럽더라도 기분좋은 산책의 시간을 만들어준다. 청와대 주변을 순찰하고 있는 경찰들과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기회(?)라든가, 더러 예기치 않은 우연이 주는 즐거움들도 만날 수 있다.




그간(2달 밖에 안했지만) 월별 추천 전시를 소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번 갤러리 투어는 두고두고 쓰실 수 있는 맵으로 제작했다. 게으른 필자가 도저히 업데이트의 압박을 이겨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듯 매월 똑같은 형식으로 정형화되어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건 아닌가하는 나름의 기우도 있었더랬다. 모쪼록 미술에 아무런 관심도 없던, 혹은 그저 마음만 있던 분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