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정, One Man Theater#7, participant Laurie Bellanca, 180*56cm, 2009
출처 : 공근혜 갤러리

일시 : 2009.12.15~2010.01.06
장소 : 공근혜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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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이 새롭길 바라던 소녀는 자라 매일매일이 어제와 같기를 바란다. 놀라움이나 경탄의 마음은 사라져가고, 대신 변하지 않았다는 상투적인 위안에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다. 일상은 삶을 낯설게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 새로움은 공포가 되기에, 어떤 것을 본다는 것은 자기가 이미 아는 것들을 찾는 행위에 불과해진다.

삶의 반복, 그리고 중첩. 전소정 작가의 작업은 순간의 반복이다. 어쩌면 기시감(Dejavu)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처음 보는 것인데도 이미 아는 것 같은 느낌. 작가의 비디오작업은 막과 장으로 구성되어 서사적으로 흘러가지만, 그 안의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반복되어간다. <꿈의 이야기 - 순이(Story of Dream - Suni, 2009)>나 <Untitled Document Project, 2007>엔 아무 것도 변해가지 않는 정적인 풍경이 담겨있다. 그저 뭔가가 사라졌다는 의혹만이 잠깐 마음 속에 드리워졌다 역시 사라져갈 뿐이다.

정처없이 떠돌던 기억 혹은 인상은 화면 속에서 고착되지 못한 채 잠깐의 풍경으로 머무른다. <The Old Man and The Sea, 2009>는 작가 스스로의 작업에 대한 하나의 은유와도 같다. 바다 위에 정처없이 떠돌던 새나 물고기가 어쩌다 낙싯대에 걸리는 것처럼, 기억 또한 이리저리 떠돌다 작가의 낙싯대에 걸려든다. 전소정 작가는 존재하던 모든 것을 담아내며 의미를 부여하려하지만, <The Hospital, 2008>에서 볼 수 있듯 기억은 이내 흐릿해지고 망각의 경계에 선다. 사라져가지만 사라지지 않고 입 안에 계속해서 맴돌기만 하는 전의식의 현상학.

<Hidden files, 2005>나 <Moving Memoris, 2006>의 사적인 기억은 <Truthiness Show, 2007>를 기점으로 보다 일반화되며 풍부해져갔다. 한 소년의 동화적인 모놀로그를 극작화했던 <The Finale of a Story, 2008>의 제목처럼, 이번 <One Man Theater>에서 전소정 작가의 관심은 이전과는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확장되고 타자화된다. 20명의 다른 이들이 쏟아내는 기억, 작가는 화면의 틀에 낙싯대를 걸어놓곤 기억의 물고기를 기다린다.

사진, 연극, 모놀로그를 더해가며 섬세해진 전소정 작가의 언어는 단 하나의 존재만으로 압축된 프레임 안에서 일관된 흐름을 지니고 있다. 무심한 똑딱임을 멈추지 않는 시계의 기시감.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영상은 고정되지 않는 순간에 있고, 기억은 여전히 떠돌며 다른 기억과 중첩되어간다. 현재의 시간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