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rs Bjerre, Utopia, Oil on canvas, 110 x 400 cm, 2009
출처 : http://www.larsbjer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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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나 교육학과 심리학을 공부하였으며, 현재 베를린에서 주로 활동 중인 화가이다.

현대인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늘어져 흘러내리는 얼굴피부. 무의미한 존재를 상징하는 허무의 가면. 돼지의 탈을 쓴 인간은 멋적은 미소를 지어보이고, 수많은 이가 지나다니는 번화가에선 생기 잃은 겉치레가 무관심을 부정한다.

라스 비예레의 작업은 마치 가장 불행한 순간에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것처럼 역설적이다.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돼지의 가면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소는 <Utopia>가 되고, 봉지가면을 뒤집어 쓴 채 세 남자가 사라져가는 순간은 <Disambiguation(탈모호화 혹은 명확화), 2008>가 된다. <Der prozess, 2006>에서 신문에 인쇄된 역사적 인물들은 도트 사이로 표정을 숨기고 있으며, <Painters paradox, 2007>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 뒤로 보이는 창 밖의 풍경은 색채를 잃은 채 신문의 한 장면이 되어버린다.

하버마스(Jurgen Habermas)는 서로 아는 것을 확인하는 건 대화가 아니라고 못박았다지만, 작년인가 제작년인가 원더걸스의 "Tell me"를 몰랐던 지인은 친구들에게 어떻게 그것도 모를 수 있냐며 간첩이라는 말을 들었더랜다. 하버마스의 30권이 넘는 저술로도 원더걸스의 노래 한곡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Tomorrow is the first day of your life, 2007>에서 양복과 구두를 벗은 채 나신으로 평야를 뛰어다니는 어떤 한 남자의 도주가 더욱 아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