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평화공존, 112x145.5cm, Acrylic on canvas, 2009
출처 : 아트메일

일시(1차) : 2009.10.14~2009.10.20
장소 : 갤러리 이즈

일시(2차) : 2009.10.22~2009.10.28
장소 : 갤러리 사비(대전)

시원한 터치로 그려낸 일상에 대한 서운함. 혹은 바람? 김태영 작가는 캔버스 위에 종이배를 띄운다.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도 있다라는 옛말처럼, 그에게 있어 오고감이란 모든 관계에서의 시작이자 끝이다. 'Give and Take'의 방법론. 어떻게 오고가느냐,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오고가느냐. 작가의 오고감은 표층에 머무르지 않고 태도의 오고감으로 다가간다.

단조롭지만 밝은 색채. 밋밋해서 투박함마저 느껴지는 선과 구성. 김태영 작가의 작업은 이런저런 기교가 없어 무척이나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을 준다. 황혼이 진 산자락에 누군가 홀로 사는 집의 정경을 상상케 하는 <고마움 뒤 쓸쓸함에 대하여..., 2009>처럼, 그의 작업에서는 한눈에 시선을 잡아끄는 임팩트라든지 화려함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그보다 깊은 잔잔함이 너울지며 밀려나온다.

작가의 사색은 작품에서 일관적으로 등장하는 집에 대한 은유로 나타난다. 문이 닫히고 때로는 벽으로만 그려진 입방체들은 존재들이 지닌 고유한 마음의 공간이다. 삶 속에서 서로간의 이해(利害; interests)는 서로간의 이해(理解; understanding)를 가로막는다. 입방체에 둘러쌓인 두 아이가 있는 <같은 공간 속 딴 생각, 2009>에서 작가의 언어는 극대화된다. 가족, 친구, 동료들이 있는 일상공간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어쩌면 마음에서는 가장 먼 공간일지도 모른다.

김태영 작가는 닫혀진 집을 열기 위해 노력한다. <평화공존, 2009>과 같은 작품에서 그는 전화기와 편지를 건낸다. 나무 위 조그마한 바다에서 노니는 물고기들 위로 어항이 떠다니고, 새장 밖으로 나온 새는 먼곳을 바라보며 휴식의 순간을 가진다. 하나의 집에서 뛰쳐나온 고양이는 호시탐탐 또 다른 집을 뛰쳐나오기 위해 기회를 기다린다. 일상의 서운함은 하나의 즐거운 이야기가 되고, 꿈을 엮을 수 있는 모티브이기도 하다.

<Give and Take>전에서 작가는 다소 무미건조해보이는 제목 뒤로 일상의 소박한 꿈을 숨겨놓았다.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한 편의 에세이. 혼자보단 둘이 찾기에 좋은 전시. 삶에 지치고 고단하고, 특히 외롭다면, 자식의 손을 잡고, 부모의 손을 잡고, 혹은 친구의 손을 잡고 이 전시를 한 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서로가 지닌 오해들을 넘어 돈독하게 '평화공존'할 수 있게 된다면 김태영 작가에게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