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호, 마릴린 먼로 Norma Jean Mortensen,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190×130cm, 2009
출처 : 네오룩닷컴

일시 : 2009.10.14~2009.10.20
장소 : 영아트갤러리

입술 안의 표정, 눈썹 위의 태양, 머리칼 속의 ET, 볼에서 튀어나오는 팝콘, 어깨 위를 기어다니는 사자,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마릴린 먼로? 뜬금없고 해괴한 이야기같지만,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는 문준호 작가를 만나며 다양한 표정들을 지닌 작품 <마릴린 먼로(Norma Jean Mortensen), 2009>로 변화되어간다.

문준호 작가의 전시를 딱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전시라고 말할 수 있다. 인물들에서, 혹은 인물의 그림자에서, 배경에서, 선글래스에서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은 자기만의 매력을 뽐내며 쉬지 않고 흘러나온다. 외눈박이 배추, 웃고 있는 나무, 모자를 쓴 4눈박이, 카메라를 든 심장, 심술궂은 표정을 한 해파리 등등 갖가지 표정을 한 디테일은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여기에 미술사에 다소 관심이 있으시다면, 작업 속에 뒤범벅된 오마쥬를 찾으며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앤디 워홀을 포함해 피카소, 키스 해링, 무라카미 다카시, 보티첼리, 샤갈 등 작가의 작업 속엔 마치 미술사를 보는 듯 대가들 특유의 언어 또한 캐릭터만큼이나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다. <색의 향연>이라는 전시제목은 그다지 작가의 작업과 썩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이다. 색으로 한정되기에는 어려운 전시이기에.

원색적이고 끊임없이 튀어나가는 색채와 언어는 검은 색의 간결한 라인과 의외로 분명한 명암 앞에서 멈춰선다. 다소 정신사나운 산만함과 부산스러움은 선과 명암 앞에서 힘을 잃는다. 기본틀에 있어서는 상당히 억제되어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문준호 작가가 오랫동안 관심을 보여온 소재인 '아담과 이브' 테마처럼, 명확한 경계와 화려함은 서로를 침범하지 못하고 강박 속에 놓여진다. 위태롭게 유지되지만 결코 빠져나올 수는 없는 경계. 다양한 표정들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문준호 작가의 작업은 첫인상과 끝인상이 무척이나 다른 편이다. 선뜻 무엇인가로 규정받는 걸 싫어하는 듯 보이면서도, 작품에 있어서는 상당한 통제력을 행사하려는 폭군과도 같은 느낌이랄까. 발랄한 듯 어두운, 익숙한 듯 낯선, 산만한 듯 정제된, 문준호 작가의 이중성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