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9.09.21~2009.09.27
장소 : 문신미술관 빛 갤러리(숙명여자대학교)

개인적으로 싸이월드의 다이어리란 기능을 참 어색한 눈길로 바라보고는 한다. 도대체 저 다이어리는 어떠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일까라는 게 궁금하기만 하다. 일기란 비밀과 맞닫아있다. 자기고백적인 성격을 지니기에 일기라는 공간에 쓰여진 글은 비판으로부터 암묵적으로 보호되어진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다이어리도 과연 비밀스럽고 자기고백적인 것일까.

갑자기 뜬금없는 이야기로 서두를 열었지만, 박명미 작가의 그림을 보고는 마치 화폭에서 싸이월드를 본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이미지 과잉은 묘하게도 자의식 과잉과도 유사해보인다. 케케묵은 정체성에 대한 논란은 길을 잃고 영 엉뚱한 곳으로 가는 듯 하다.

박명미 작가의 작품스타일은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인간> 등의 작품에선 마치 고장난 비디오카메라 속에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만 같은 시선처리가 인상적이다. 그 누군가는 말을 걸고 싶어하는 욕망을 지닌 사람이다. 다소 몽환적이고 불분명한 경계의 어떤 이, 그(녀)는 화폭 너머로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어둠, 방황, 혹은 불안의 감정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중얼대는 것만 같다.

작가 자신이 화자로 등장한 <nothing> 연작은 첫 느낌부터 앞서와는 확연히 다르다. 안타깝게도 실루엣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이미지 과잉이 넘실댄다. 광고 속 이미지를 보는 느낌이랄까. 설명으로는 자신과 현대인의 동질감에 대한 표현이라고 하지만, 작가가 직접 등장했다는 것 자체로 이미 다소 억지스러워보인다. 물론 훌륭한 자화상도 있고, 고백이 주요스타일로 자리잡은 장르도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작업에선 때로는 냉소 또는 유머를 찾아볼 수 있으며, 또 때로는 작게는 반항적, 크게는 자기파괴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공격성이 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섣부르게 일반화하려고 했던 적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만이 가득한 전시공간에서 스타일은 판타지가 되어간다. 싸이월드의 다이어리처럼 자기고백적인 듯 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들어줘'에 불과한 공공연하지 않은 욕망이 느껴진다. 박명미 작가는 우리와 나에 대한 정체성을 고민해보고자 했다고 말하면서도 그다지 우리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좋은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욕심이 너무 과했던 듯 하여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