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Surface #01, Metallic Print, 100×150cm, 2009
출처 : 네오룩닷컴

일시 : 2009.09.02~2009.09.08
장소 : 갤러리 룩스

존 버거(John Peter Berger)는 "본다는 것의 의미(About Looking)"에서 사진에 대해 흥미로운 지적을 했다. 사람들이 놓치고 지나간 것 혹은 보지 못하던 것이 재현가능해지면서, 본다는 것의 의미 또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문법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빛의 예술이라 불리우는 사진.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와 웹의 발전이 함께 맞물려 성장한 싸이월드, 플리커(Flickr), 페이스북(Facebook)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미지의 과잉은, 다시금 본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고민에 빠져들게끔 만든다.

'과연 무엇을 보고 있는가'. 미디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인간 존재의 이미지화는 사람 사이의 간격이 점차 넓어져가고 있는 현대의 우울한 증언처럼 느껴진다. 즉각적인 관심과 즉각적인 무관심, 어쩌면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언급했듯 사람은 미디어 속의 피상적인 존재만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강조한 웹3.0의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예고되고 있지만, 과연 일상에 만연한 존재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강렬한 자극만을 점점 쫓아가는 현대대중문화의 틈바구니에서 어둠의 상상력을 일깨우는 김은영 작가의 작업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절제된 색감과 강렬한 컨트라스트를 지닌 <Surface> 연작을 통해 작가는 미지성에 대한 탐구를 진행한다. 알 수 없는 물체의 표면은 불확정적이고 불명확하여, 도대체 이게 무엇일까라는 호기심을 자극시킨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밝은 표면을 떠나 어두운 공간에 집중하게 되고, 작가의 침묵은 관람자의 애를 태운다.

붉은 톤과 검은색이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Ground>와 <Untitled>는 심연의 깊이가 있는 작품으로, 불안한 색채감을 지닌 알 수 없는 공간 속에서 작가는 발걸음을 막아선다. 마치 더 이상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를 내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Unseen>의 전시는 분명 보았지만, 보았다고 말할 수 없는 작품들로 빼곡하다. 어둠의 미학, 그녀의 작업은 한없이 감춰진 비밀의 공간을 슬쩍 보여주려다가 돌아서버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김은영 작가는 <Unseen>전에서 피상적이기보다는 차라리 침묵하기로 선택했다. 침묵의 언어를 지닌 미지성은 관계 속에서의 외로움이 담겨있으며, 또한 이러한 관계의 단절에 대한 욕망이 담겨있기도 하다. 어쩌면 필자의 작업 또한 김은영 작가의 작업과 상당히 맞물려 있을지도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또한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심과 시간이 요구된다. <Unseen>전은 드러난 것들보다 감추어진 것들이 더욱 많은 의미들을 가져다 줄 수도 있음을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