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9.08.26~2009.09.08
장소 : 갤러리 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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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리얼버라이어티는 TV를 틀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요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시청자들은 미리 정해진 각본이 없기에 발생되는 즉각성과 유연성, 진솔함으로 웃음과 감동을 선사받는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가지는 감정이나 행위조차도 팔릴 수 있는 상품으로 포장될 수 있다는 점이나, 진짜 각본이 없느냐하는 정체성에 대한 숱한 논란으로 인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민 작가는 미국의 유명한 리얼버리이어티쇼 '프로젝트 런웨이(Project Runway)'를 한 눈에 연상케 하는 전시 '아티스트 웨이(Artist's Way)'로 지나가는 이들의 이목을 끈다. '프로젝트 런웨이'가 모델지망생들의 경연장이었다면, '아티스트 웨이'는 예술가지망생들의 경연장이다. 방식도 비슷해서, 참여자들은 매주 주제를 받아 결과를 제출하고 심사위원들의 평가로 한 주에 한 명씩 탈락된다. 이 전시는 마지막 3명이 남은 작가들이 대중의 평가로 최종승자를 결정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세 명의 작가는 삼면의 전시공간에서 자기만의 전시공간을 부여받는다. 각자의 작업물들은 중앙의 작가인터뷰 비디오를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관람객들은 헤드폰을 통해 작가들의 육성을 들을 수 있다. 10분에 달하는 영상설치물에서 작가들은 리얼버라이어티답게 서로 상대편을 칭찬하거나 비꼬기도 하고, 작업을 통해 느낀 점들을 가볍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M-TV의 로고가 떠오르는 Min TV의 로고, 참여자들이 나란히 늘어선 포스터, 티저광고와 프로그램소개가 있는 웹사이트 등, '아티스트 웨이'는 현재의 미디어가 필수적으로 선점하는 요소들이 빠짐없이 들어차있다. 하지만 정작 김민 작가는 전시에서 단 한순간도 직접 드러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전시장 입구에 있는 전시홍보물에서조차 루나 킴, 박재묵, 이수영, 에드워드 박이라는 참여자들 이름 뿐이다. 김민 작가의 비틀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교묘하게 숨어있는 김민 작가는 타자의 시선에서 전시를 바라보며 퍼포먼스를 펼친다. 전시에 진열된 작업물들은 앞서 언급한 요소들처럼 그럴 듯함을 주기 위한 배치물에 불과하다. 진정한 작업물은 전시공간 자체이다. 전시공간은 리얼버라이어티를 보여주는 메타-리얼버라이어티의 공간으로 작용한다. 진짜처럼 보이는 허구 속에서 관람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진짜 리얼버라이어티 속 인물이 되어버린다. 바라보는 이가 보여지는 이가 되는 역전. 관람객은 작가의 소재가 된다.

어쩌면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장르는 오랜 관음증의 현대적 표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대의 관음증에는 관심을 받고자 하는 인물들과 자본의 지원이 바탕에 있다. 김민 작가는 미디어와 시청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가는 현상에 대해 유쾌한 방식으로 의혹을 던진다. 가볍고 재미있지만, 세밀하게 다듬어진 작가의 문제의식이 더욱 흥미로운 전시이다.




덧말. 작품사진촬영 및 게재를 허용해준 김민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전시가 끝난 후 혹시 가능하시다면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 또한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