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 로스끄, Umbrage, 캔버스에 유채, 106×178cm, 2006
출처 : 네오룩닷컴

일시 : 2009.09.01~2009.09.29
장소 : GS 더스트릿 갤러리(강남구 역삼동 GS타워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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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든 싫든 사람은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배우는 것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한 사람을 규정하는 요소에는 외모도, 직업도, 재산도, 성격이나 취미 등도 포함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사람이 호기심이나 경험을 통해 갖게 된 관심처럼 적당한 것도 없을 듯 하다. 줄리엣 로스크(Juliette Losq)의 작업에는 자신이 공부한 삶의 체취가 온전히 살아있는 일종의 규정성이 있다.

영국에서 날아온 작가, 줄리엣 로스크는 영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젊은 예술가이다. 작가를 설명하면서 이 점을 빼놓고는 도저히 작품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학적인 관심은 작업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에서 한국화와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사람을 상상해보면 그녀의 작업이 어떠하리라 하는 것을 예상해볼 수 있을 듯 하다.

갈색톤을 주조로 한 풍경화 <Old River Lee>, <Umbrage> 등에서는 세월이 지나가며 잊혀진 옛 장소들이 담겨있다. <Palimpsest> 등에서는 일부러 찢어놓거나, 혹은 마치 복원작업처럼 느껴지는 콜라쥬를 통해 고전스러움을 더한다. 특히 <A girl seized by a gorilla>와 같은 작업은 곳곳에 숨겨놓은 요소요소들이 재미있는 작품으로, 마치 중세 영국문학의 시초로 불려지는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의 "캔터베리 이야기(The Canterbury Tales)"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줄리엣 로스크의 숲은 초서의 숲이자 캐롤(Lewis Carroll)의 숲이다. 과거로 떠난 그녀의 여행은 영문학에서 틈틈히 엿볼 수 있는 고전적인 영국스러움에 대한 탐색이다. 지나가버린 과거에 대한 관조적인 시선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작업이 그리 고리타분한 사색에만 머물러있는 것만은 아니다. 줄리엣 로스크는 신화와 환상을 잃어버린 숲에 문학적인 상상력을 덧칠함으로써, 꿈이 가득한 숲의 생명력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