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너무 좋다. 그치?”
“좋긴요! 매일 보는 바다에, 이렇게 날씨까지 잔뜩 흐리잖아요. 울렁거려서 토할 것 같다구요!”







후끈거리는 여름의 열기를 잔뜩 머금은 바다의 물결을 따라 나아가는 배가 있었답니다.
하나둘씩 선실에서 새어나오는 빛이 두툼한 구름 속에 숨어버린 햇살을 놀리기라도 하듯 반짝거렸어요.
바다를 가두려는 것처럼 조그만 섬들이 빼곡이 해안을 둘러싸고 있어 울타리섬이라고 불리는 그곳은,
이처럼 웅장하면서도 아기자한 화음이 가득한 곳이었지요.

하지만 한 소년에겐 지루하게 느껴졌나 보네요.







“매일 보는 바다인데, 뭐가 좋다는 거야?
그나마도 이렇게 흐린 날씨에,
아줌마들이랑 수다마 떨고 있으면서 말이지.”







난 부모님을 몰래 번갈아 째려보며,
들리지 않을만한 목소리로 조그맣게 씨근덕거렸죠.
혼자서 너무도 심심한 나머지, 몸도 베베 꼬아보고,
부모님께 눈치도 여러 번 보내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답니다.

난 한숨을 크게 한 번 쉬곤, 배 뒤편으로 걸어갔어요.
사람들이 가득하던 앞과는 달리 조용했고,
큼지막한 풍차가 바다에 흠집을 그려내고 있었죠.
난 풍차를 만져보고 싶었어요.







난간에 기대서는 손을 쭈욱 내미는 순간,
느긋하게 돌고 있던 풍차가 마치 팔랑개비처럼 순식간에 몇 바퀴를 핑그르르 돌았어요.

이어서 배가 크게 한 번 기우뚱하더니,
허공을 더듬고 있었던 날 사정없이 바다 속으로 풍덩 던져버렸죠.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를 남겨둔 채 앞으로만, 앞으로만 무심하게 무거운 몸을 움직였답니다.
난 우는 걸 빼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길기만 했던 한 순간, 바람과 물결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난 어느새 다시 한 번 허공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죠.
내 허리까지 집어삼킨 바닷물이 성난 용처럼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던 거예요.
이리저리 물보라를 뱉어내며, 마치 기둥처럼 동그랗게 날 감싸 안고는 빠르게 배를 향해 달려갔답니다.
무서워서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죠.







“아야야.”

또 길기만 했던 한 순간이 지나고, 난 배 위에 있었어요.
솟아올랐던 물기둥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난 아픈 무릎만 어루만질 뿐이었죠.







“야! 너 거기서 뭐하니? 물에 흠뻑 젖어서는 말야.”
“아야야, 어, 어? 혹시 바다에서 뿜어진 이따만한 물기둥 못 봤니?”
“응? 아니, 그런 건 못 봤는데? 혹시 꿈을 꾼 거 아냐?”
“아냐! 그 물기둥이 날 바다 속에서 구해줬단 말야!”
“바보, 바다 위에서 자더니 이상한 꿈을 꾸었나보구나?”
“아냐! 그럼 내가 왜 이렇게 물에 젖어있겠어?”
“에이, 아까 배가 크게 흔들렸을 때 젖은 거 아냐? 자느라고 몰랐나 보구나? 거기 눈곱이나 좀 떼.”







너무 화가 났어요.
진짜 바보는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란 말이야.
하지만, 단지 씩씩거릴 뿐 별다른 수가 없었죠.
물에 흠뻑 젖었을 뿐, 눈을 씻고 찾아봐도 물기둥은 없었으니까요.
심지어 나도 너무 어지러워서, 그게 꿈이었는지 혼란스러울 정도였죠.







‘네가 못봐서 그런거야.
그건 정말 굉장했다구.’







다음 날, 난 배들이 오가는 선착장이 보이는 절벽에 올라갔어요.
멍하니 오가는 유람선, 고기잡이배들을 바라보며,물기둥이 솟아오르기를 기다렸죠.
그건 기대로 부풀게도 했지만,지루하고 힘들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