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ika Sosnowska, Untitled, 2001-2003
출처 : http://raster.art.pl/


Monika Sosnowska (모니카 소스놉스카) : 홈페이지 보기

1972년 폴란드 뤼키Ryki 태생의 설치미술가. 현재 바르샤바에서 활동 중이다.


잠이 들기 전 불을 끄고 가만히 누워있다보면 천장이 한없이 멀게만 보일 때가 있다. 천장에 깊게 밴 어둠이 지나다니는 차량들의 불빛으로 깨어질 때면 알 수 없는 불안, 두려움이 엄습하곤 한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온갖 잡동사니 물건들이 쌓아올려져 아슬아슬하게 제 키를 위협받는 천장을 바라볼 때면 또 그렇게 답답하고 낮아보이지 않을 수가 없다.

모니카 소스놉스카는 이처럼 공간이란 결코 객관적일 수 없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녀의 작업에서 공간은 거의 비틀리고 뒤틀어져 있거나, 혹은 어떤 환상들이 배어들어있다. 매일마다 오르내리는 계단도 활기찬 아침과 지친 오후에 주는 느낌이 다르듯, "계단The Staircase / Die Treppe, 2010"과 같은 작업에서는 마치 사람들의 발걸음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으려는 양 구불구불 위로 기어오르는 계단의 모습에서 일종의 피곤함 내지는 두려움, 혹은 공포의 감정을 엿볼 수 있다.

"불규칙한 방Irregular Room, 2004"에서 그녀는 정확한 수치에 맞춰 기어이 사각의 방을 만들어내고야 마는 건축설계사들의 갖은 노력을 통제에 대한 불가능한 욕망으로 바꾸어낸다. 움푹움푹 패여들어 제멋대로 변해가는 공간은 곧 하나의 정서가 되어버린다. "무제Untitled, 2001-2003"의 끝이 보이지 않는 압착된 통로, "문Doors, 2003"과 "M10, 2004"의 반복되는 똑같은 문의 행렬은 현대의 삶에서 느끼게 되곤 하는 지루함, 답답함, 어쩌면 절망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비틀린다. 몸을 배배 꼬며 제역할을 거부하는 "펜스Fence, 2010"나 "난간Handrail, 2010"은 직선 앞에서 무력해져가는 현대인들을 향해 시위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공간에서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려고만 드는 사람들을 향해 스스로가 결코 객관적인 존재가 될 수가 없다는 걸 보여주려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니카 소스놉스카에게 공간이란 결코 기억이나 경험,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초월적인 장소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받아들일만한 체계에 따라 현실을 인식하고 분류하는 데에 익숙해졌다. 어쩌면 예술조차도 이런 도식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대상이 적절한 기준에 부합할 때에야 비로소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다. 흥미롭더라도 전통적인 범주에 맞지 않는 어떤 것을 볼 때에 훨씬 더 힘들어하는 것이다. 대상이 범주화되고 이해할 만한 것으로 여겨질 때에야 환상적인 순간이 된다. 우리 자신을 부정해보는 것이 사물에 이름을 붙일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는 건 전혀 짐작하지도 못한다. (It happens that we are accustomed to recognising reality and to classifying it according to comprehensible systems. Even looking at art becomes a part of this scheme. We feel safer when an object corresponds to the norms and is called art. It is much more difficult to take a position on something that may be intriguing, but exists outside conventional categories. There comes a illusory moment when the object is categorised and appears to be understood. We have no idea that what we are denying ourselves is the pleasure of sensing things just the way they are, without the need to name them. - Monika Sosnowska, "Architectures of Gender: Contemporary Women's Art in Poland" / http://www.culture.pl/en/culture/artykuly/os_sosnowska_monika에서 재인용)

어쩌면 모든 공간은 사적인 공간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마음에 따라 공간의 모습은 시시각각 변해간다. 추억이 깃들어 따뜻한 기분을 주는 공간이 있는가 하면, 또 답답하거나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공간도 있다. 아무리 깨끗하게 정돈하고 안락하게 꾸며놓더라도 얼마든지 공간은 불편해질 수 있다. 어떤 이는 그래도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편이 좋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남는 건 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의 마지막 문장처럼 '허무' 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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