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우Seung Woo Baek, UT #1, 2008, Left: 150 x 180 cm, Right: 150 x 97 cm, Digital print
출처 : http://www.seungwooback.com/



백승우 개인전 : 판단의 보류 Deferred Judgement

아트선재센터 / 2011.05.13 ~ 2011.07.31
(백승우 작가의 홈페이지 보기)


그는 사진으로 거짓말을 한다. 그가 담아내는 풍경은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해야하는 게 어쩌면 맞을 것 같다. 전작 "REAL WORLD"의 현대의 사각건물들 사이에서 기묘한 여행을 해왔던 백승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REAL WORLD"와는 정반대되는 세계, "UTOPIA"를 찾아 또 다른 여행을 떠난다.

재미있게도 그의 "UTOPIA"에 들어서면서 느끼게 되는 첫 감정이란 어쩌면, 극과 극은 통한다는 속설일지도 모르겠다. 사각의 건물들은 여전히 어색한 표정으로 위압적인 자세를 취해보인다. 견고하게 자신의 자리를 주장하는 걸 넘어, 화면의 더 많은 부분을 지배하려고 드는 모종의 탐욕이라고 불러야할 감정마저도 꼭 같다.

하지만 달라진 스타일은 사각건물들의 욕망(?)을 우스꽝스러운 비현실감으로 바꾸어낸다. 아주 옛날에 찍은 듯 빛바랜 흑백톤, 영 부자연스럽기만 한 단색조의 배경, 그리고 깔끔하고 샤프하다기보다는 촌스럽다고 말할 수 있을만한 전반적인 분위기 등은 작가의 이전작업들과 분명히 구별되는 차이점이 된다. 촌스러운 분위기와 위압적인 자세가 만난다면 어떤 풍경이 연출될지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산 자를 훈계하는 죽은 자, 자신의 맵시를 자랑하는 지난 유행, 젊은 세대를 탓하는 기성 세대, 그런 일련의 향수들이 "UTOPIA"의 전반을 지배한다.

REAL WORLD
BLOW UP
UTOPIA

그래서 "REAL WORLD"와 "UTOPIA"는 묘한 대조를 보인다. 같은 본성을 지녔지만 다른 옷을 입은 쌍둥이처럼, 백승우 작가에게 현실과 유토피아 간의 차이란 고작 시간의 간격에 불과하다. "REAL WORLD"에서 선보인 세련된 거짓말은 "UTOPIA"에서 다소 투박한 거짓말로 바뀔 뿐이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풍경은 단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풍경이 된다. "REAL WORLD BLOW UP UTOPIA"라며 던지는 작가의 아포리즘은 어쩌면 이렇게 번역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 나은 거짓말이 그보다 못한 거짓말을 날려버린다"라고.

백승우 작가의 사진작업들은 '현실'이라는 단어를 혼란스럽게 만들어놓는다. 과연 현실이라는 게 무엇일까, 만약 현실이라는 단어에 지닌 모든 사람들의 생각들을 지도처럼 펼쳐놓는다면 그 모습이 과연 일관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최소한 현실적이라고 느껴지기나 할까. 백승우 작가가 담아내는 풍경은 어디에서도 실재하지 않지만, 또한 현실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바로 그 지점 위에 위치한다. 어쩌면 현실이라는 단어는 너무 많은 세상의 풍경을 잘라내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