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irage : Act 3, Scene 3 #1, variable size, digital print

3장 : 바닷가

음악의 주석(註釋)인 바다

생명의 내재율 속에 깨진 이미지들은 반짝인다. 사금파리의 반짝임, 그래서 소녀도 반짝인다.
조개를 줍는 소녀. 파도도 시간도 망각한 채 작은 유리구슬 같은 소녀는 모래성을 쌓고 그 안에 비밀을 남겨둔다.
그의 여정은 그 비밀을 찾는 일이다.






The Mirage : Act 3, Scene 3 #2, variable size, digital print

하지만 첫사랑이 끝나고 여행자는 사랑의 비밀이 아닌 세상의 비밀을 보고 만다. 금기가 깨진다.





The Mirage : Act 3, Scene 3 #3, variable size, digital print

현자는 말했다. 뒤돌아보지 말라고, 슬픈 얼굴로 뒤돌아보지 말라고. 거기에는 더 이상 햇빛도 파도도 소녀도 없다고….

하지만 긴 여행의 끝에 다다랐다고 믿는 그가 뒤돌아보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자꾸 노래가 들려오는데, 그리워하고 있는데, 숨이 막히는데…….
길을 잃은 소년의 얼굴로 뒤돌아 본 바다, 그 바다는 어떤 모습으로 울고 있었을까?

*여기에 음악은 없다. 바다의 흔적들과 침묵





The Mirage : Epilogue, variable size, digital print

The Mirage

"어떤 시점부터는 돌아갈 수가 없다. 그곳이 도달해야 할 지점이다." - 카프카

Epilogue

오솔길을 같이 걷던 누이는 사라집니다.
허둥대는 나는 다른 길을 찾지 못하고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를 읊조리며 걷습니다.
그 노래는 자장가입니다.
사랑이 저 끝에 있다고 믿으며
사슴의 발자국이 난 길을 따라갑니다.

어딘가에 주사위는 떨어져 있겠지요.
어딘가에 조약돌은 떨어져 있겠지요.

밤이 멀지 않고
영혼은 허기지고
누이는 소식이 없고
노래는 희미하며
가던 길에 산딸기를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소망 속에
낯선 자가 내 길을 막고
구원이 없다고 말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
나는 조금씩 지쳐갑니다.
눈을 감으니 햇빛이 사라집니다.
조금씩 지쳐갑니다.
지쳐갑니다.
어두워져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