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이성과 감정의 실타래
의식은 뒤엉킨다. 두 노파의 뜨개질로 비유해본다. 한 노파는 하얀 실을 잦는다. 한 노파는 검은 실을 잦는다. 둘은 서로를 좀체 쳐다보려 하지 않는다. 둘은 장님이기에 어쩌면 상대방의 존재를 모를 지도 모른다.
검은 실은 감정이요, 매순간 죽는 감정이요. 하얀 실은 이성이라 늘 위태롭다.
죽음을 얼마 남기지 않은 노파들의 분주한 손길이 의식의 방을 채운다. 나는 어떤 선택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는다.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 한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떠나가기 전에 붙잡아야 한다.
그러면 나는 마지못해 죄인의 얼굴로 심판관의 역할을 떠맡는다. 어디에 함정이 없는지, 저 커튼 뒤에 누가 있는지, 저 장막 뒤에서 어떤 말들이 오가는지 모른 채 나는 두 노파를 쳐다본다. 그들은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물레를 돌린다. 그들은 단 한순간이라도 젊은 적이 있었을까?
나는 엉키기만 하고 말은 모순투성이이다. 모순은 또 사방으로 쪼개진다.
어제 망치를 두드린 노인은
어제도 망치를 두드린 노인
오늘도 망치를 두드린 노인
내일도 망치를 두드릴 노인
새는 밤새 울었고
나는 잠들지 않았고
돌부리에 넘어진 아이의 피는 시냇물을 타고 흘러가고
여자는 인생을 망치고
그는 망치를 두드렸지
개는 밤새 울었고
나는 잠들지 않았고
돌부리에 넘어진 사슴의 피는 시냇물을 타고 흘러가고
숙녀는 인생을 망치고
그는 망치를 두드렸지
비는 밤새 울었고
나는 잠들지 않았고
돌부리에 넘어진 음악가의 피는 시냇물을 타고 흘러가고
신부는 인생을 망치고
그는 망치를 두드렸지
창문은 밤새 울었고
나는 잠들지 않았고
돌부리에 넘어진 요정의 피는 시냇물을 타고 흘러가고
아기는 인생을 망치고
그는 망치를 두드렸지
어제도 망치를 두드린 노인
오늘도 망치를 두드린 노인
내일은 홀연히 머리를 내리칠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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