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 Kazim, The Boy with Dragon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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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파키스탄 파토키(Pattoki) 출신의 화가로, 현재 라호르(Lahore)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차분하게 눈을 감고 나를 바주본다. 나는 그저 나일 뿐이지만 마주하고 있는 모습은 어쩐지 생소하다. 주변이 밝을 때는 미처 몰랐던 모습들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손으로 가린 얼굴은 얼마나 부끄러운지, 꽉 다물었던 입술이 얼마나 완고했는지, 나의 눈길이 얼마나 욕심으로 가득했는지를 조목조목 들여다본다. 하늘에서 촘촘히 빛나던 별빛들은 점차 사라지고 반딧불이 하나가 손끝에서 춤을 춘다. 나를 감싸던 옷이 사라져간다. 세상은 하얗게 변해버렸다.

알리 카짐의 화폭은 차분하면서도 신비스럽다. 나와 세상을 구분짓던 자의식은 흐릿해져 물질적인 경계마저 모호해진다. 과감하게 단색으로 처리된 배경과 여전히 남아있는 대상은 마치 사랑을 나누듯 에로틱한 느낌을 주지만, 자아를 잃어버린 쾌감에선 자극보다는 경건함을 발견하게 된다. 피부에 맞닿은 피부의 촉감은 하나의 낯선 세계이다. 보이지 않던 작은 세계를 호흡하며 생명의 잉태를 느낀다. 작고 보잘 것 없는 세계에서 빠져나와 교감을 나누고 다른 존재가 되어 나를 바라본다. 알리 카짐에겐 인간도, 자연도, 사물도 다르지 않다. 나는 곧 잠자리이자, 목마이자, 한송이의 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