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영, 유리의 얼굴이 그려진 방, 이문동, 디지털 프린트, 90×110cm, 2009
출처 : http://www.mu-um.com/

일시 : 2010.03.31 ~ 2010.04.06
장소 : 가나아트 스페이스

1977년 부산 출신의 사진작가.

가끔 누군가를 기다리는 장소에서 만난 부동산사무소의 빼곡한 전단들에 시선을 뗄 수가 없을 때가 있다. 현실이 곤궁하기에 아마도 아무런 관련도 없을 숫자들로 가득하지만, 유리창을 완전히 틀어막아 도대체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풍경에는 묘한 느낌이 든다. 집값으로 포장해놓은 집. 최우영 작가는 가격만이 남아 누구의 관심도 얻지 못한 채 사라져버린 삶의 흔적들을 궁금해한다.

가산디지털단지, 청계천 세운상가, 은평뉴타운 등 21세기의 지난 첫 10년여의 기간동안 서울은 차근차근 과거의 기억들을 지워왔다. 웰빙의 기치 덕에 불행한 이들, 경쟁력을 빌미로 용납받지 못하는 이들,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풍경을 위해 청소되어 사라져버리는 이들. 아이의 방이었던듯 이런저런 교육용 브로마이드가 뜯겨져 나풀거리는 <유리의 얼굴이 그려진 방>, 누군가가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며 잠시간의 휴식을 취했을 <작은 의자가 놓인 거실>, 쫓겨난 이들의 마음처럼 황폐하게 파괴된 장소에서도 꾿꾿이 삶을 이어가는 <작은 잡초가 자라고 있는 방> 등, 마지막 뒷처리만을 기다리는 공간에선 이미 사라진 사람들의 채취를 그리워하듯 침묵의 송가가 흘러퍼진다.

살아있는 사람들을 삶으로부터 유리시키고, 이를 들키지 않으려는 듯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도록 숫자로 도배하는 미래에 대한 기약없는 청사진. 조망권을 이유로 종로 낙원상가를 철거하려던 계획은 다행히도 무기한 '연기'되었지만, 최우영 작가가 찾아다녔던 아현동, 남가좌동, 성수동, 한강로 등의 일대가 품었던 삶의 기억은 머지않아 남김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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