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 The Path of Error #2, 포토 콜라주, C 프린트, 200×177cm, 2008
출처 : http://www.jungminryu.com

일시 : 2009.12.11 ~ 2009.12.24
장소 : 대안공간 반디(부산)

작가의 홈페이지 보기

도시의 일상은 계획들의 연속이다. 지하철은 시간표대로 차례대로 승객을 맞이해야만 하고, 여행을 갈 때에도 딱딱 맞춰진 계획된 일정을 따라야하며, 연애를 할 때에도 그 다음엔 무엇을 해야할지가 정해져있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어쩌다 길을 잃은 운전자들은 동행인들의 짜증을 받기 일쑤이고, 삶에서 방향을 잃은 사람들은 주위의 눈총어린 시선을 받기 마련이다.

멍한 상태로 찰칵이는 암전. 길을 잃은 시선엔 낯익음이 사라져간다. <Sarm, 1999>이나 <Mong, 2001> 연작작업에서 작가는 그저 떠돌아다니며 고립감을 그려낸다. 어쩌다 드러나는 장면과 이지러진 환상. 머물러 있을 수 없기에 계속해서 걸어가야만 하는 삶에서 방황은 하나의 집착이 되고, <Hitchcocks Vogelkaefig, 2007>의 새장엔 여전히 멍한 시선에 가두어진 새들이 날아다닌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The Path of Error, 2008-> 연작은 작가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집대성이자 방황의 일단락이다. 3000컷의 사진이 사용되었다는 <The Path of Error #4>처럼 많은 사진으로 콜라쥬된 거대한 화면은 서정적이고 아기자기하며 약간은 회화적인 마을의 풍경으로 채워진다. 하지만 독특한 운율감을 지닌 방랑자의 작업은 산만한 듯 억제된 색감 탓인지, 왠지 모르게 쓸쓸하게 느껴진다.

길을 잃는다는 것. 이는 분명 그다지 유쾌한 경험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삶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처럼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갖가지 우연들과 뜻밖의 상황들은 삶을 종종 엉뚱한 방향들로 이끌곤 한다. 가장 완벽하게 조직된 행사조차도 단 하나의 변수로 인해 엉망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정교한 삶의 계획도 한순간의 의문으로 인해 순식간에 허물어질 수 있다. 길을 잃는 순간의 심리적인 공황. 류정민 작가는 사진에 불안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