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인사동의 즐비한 갤러리들을 어쩌다 한 번씩 방문하시는 분들이라면, 쉽사리 들어갈 수 없는 어떤 묵직한 기운에 겁을 먹으셨을 수도 있을 것 같다.소심한 걸론 질 수 없는 필자도 그냥 길거리를 방황하다가 집에 온적도 꽤 있었더랬다. 필자와 비슷한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11월 갤러리 투어!

연인들을 위한 데이트코스로도 안성맞춤!
그 혹은 그녀 앞에서 지적인 모습 한 번 작열해주시라.
혼자면 또 혼자서도 좋다.
낙엽 아래로 고독을 씹으며 예술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어쨌든 코스소개.

안국역 -> 이화익 갤러리 -> 아라리오 갤러리 -> 트렁크 갤러리 -> (진선북카페) -> 공근혜 갤러리 -> UNC 갤러리 -> 갤러리 이즈 -> 토포하우스 -> 종각역 혹은 종로3가역

연인들이라거나 열심히 작업 중이시라면 공근혜 갤러리에서 멈춰서서 삼청동의 살포시 우아한 저녁을 보내셔도 좋겠고, 체력이 힘겨운 분이라면 가을도 지나가고 좀 쌀쌀해져서 아쉽지만 진선북카페에서 쉬었다가 삼청동을 좀 더 즐기셔도 괜찮을 듯 하다.

더불어 무료를 좋아하는 히치윈드로써는 당연히 무료관람만을 선택했다. 아울러 여러모로 개인적 친분 및 취향이 작용했다는 점 역시 밝혀둔다. 아트선재... 주머니에 여유가 있으시다면 역시 좋은 선택.

11월 11일부터 24일 사이에서 월요일을 피하신다면 헛걸음 하실 일은 없겠다. 삼청동(인사동) 갤러리의 특성상 수요일부터 토요일 사이, 오전 11시에서 오후 5시 사이를 추천해드린다.

11월에도 여전히 굵직굵직한 전시는 이어진다.
그럼 개별 전시장 속으로!

참고) 색상바탕은 10월 31일 업데이트된 부분
참고) 색상바탕은 11월 중 업데이트된 부분





첫번째. 이화익 갤러리

개장시간 : 10:00~17:00 (일,공휴일 휴관)

상설전시로 익숙한 이화익 갤러리.
11월 11일부터 30일까지 이미 정상에 계시는 사진작가 민병헌의 사진전이 열린다.
1987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름을 떨친 민병헌 작가는 묵묵하게 암실만을 고집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Deep Fog>, <Snow Land> 등의 연작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도 인정받았던 그만의 터치. 급박하게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 마치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영원성. 화려하지는 않지만 섬세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회색의 사진들. 소박한 풍경이 가지는 담백함, 그의 직관은 언제나 조그마한 것들을 주의깊게 바라본다.



두번째. 아라리오 갤러리

개장시간 : 11:00~19:00 (월요일 휴관)

오랜 세월, 천안에서 출발해 서울과 뉴욕, 베이징을 오가며 조금씩 탑을 만들어온 아라리오 갤러리. 11월 10일부터 내년 1월 24일까지, 개관 20주년 기념전이 예정되어 있다. 큰 풍파가 아니면 딱히 이슈가 되지 않는 국내 미술계이기에, 국내외 유수한 예술가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해 나가는 아리리오 갤러리만의 상징성은 참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라리오 갤러리의 컬렉션을 비롯, 현대미술의 거장들이 대거 초청된다. 천안에서는 데미안 허스트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며, 그리고 서울에서는 앤디 워홀 등의 작품이 초청된다고 하니 시간과 체력이 허용된다면 천안과 서울을 모두 방문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아라리오의 20주년, 축하합니다~ ㅎㅎ





세번째. 트렁크 갤러리

개장시간 : 10:30~18:00 (월요일 휴관)

언제 찾아가더라도 뛰어난 사진전으로 보답하는 트렁크 갤러리.
거의 2달여에 이르렀던 곽현진 작가의 전시를 뒤로,
10월 29일부터 11월 24일까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진전이 열린다.

이미 올초 아트선재에서 일상에 젖어든 군사문화에 대해 재치있는 비꼬기를 선보였던 김규식 작가의 프라모델이 트렁크 갤러리를 찾는다. "플라스틱 전쟁놀이"라 이름붙은 이번 전시는 무기와 군인이라는 2개의 개별파트로 구성되어, 순백의 사진이 주는 섬뜩함을 경험해볼 수 있다. 으레 프라모델이 그렇듯 각 부위별로 조각난 장난감들은 작가의 손길 아래 낯선 광경이 된다. 조각난 비행기, 조각난 미사일, 여기에 신체 부위별로 나뉘어진 군인. 얼굴이나, 팔만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진은 비록 장난감일지라도 간과할 수 없는 감성적인 거부감을 준다.

다소 논쟁적인 전시가 될 수 있으니 연인들이라면 건너뛰는 편이 좋을 것 같으며,
프라모델에 향수를 지닌 남성들에겐 더할나위 없이 권해볼만한 전시이다.



네번째. 진선북카페

잠시 쉬어가는 페이지.

11월 1일까지 김성준 개인전이 열리고 있으니 커피향 속에서 느긋하게 감상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김성준 작가는 <Desire the Light>에서 반짝이는 샹들리에를 주제로 한 극사실주의적 작업을 선보인다. 발랄한 제목과 영롱이는 샹들리에로 풀어낸 냉소. 누구나 빛나기를 바라면서 자신을 윤색하지만, 결국 가공된 자기에서 느낄 수 있는 건 괴리감 뿐이다. 각종 치장과 허영, 허풍을 제조해내는 일상. 스스로 만들어내건, 강요를 받건, 삶은 포장으로 가득하다.
참고) 김성준 작가의 전시는 11월 4일부터 11월 13일까지 갤러리 정으로 이어진다.

11월 1일부터 12월 6일까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전시가 계속된다.
우선 1층에서는 지난 전시 <아티스트 웨이>로 이목을 끌었던 김민 작가가 다시 한 번 삼청동으로 찾아온다. 바로 길 건너 다시 열리는 <우리는 모르는 이야기>는 자신을 꼭꼭 숨겨놨던 지난 전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안경 너머로 숨겨진 그리움. 표정을 숨기는 마음의 도피. 간결한 인상의 스케치 작업에서 왠지 씁쓸한 소주향이 떠오른다. 다가갈 수 없는 어떤 것, 어쩔 수 없다고 자조해보지만 그래도 쉽사리 마음 속을 떠나지는 않는다.


2층으로 올라가면  최윤희 작가의 <Presona>전을 만나볼 수 있다. 패션 등의 치장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하는 현대여성들. 유행이나 트렌드 속에서 개성이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름답고자 하는 욕망은 타자의 시선 아래 있기 마련이고, 이는 상류층들이 자신을 우러러봐주길 바랬던 오랜 역사적 허영과도 무관치 않다. 언어나 시대, 온갖 개념들은 바뀌어왔지만 '다른 것을 시도하는 사람'과 '이를 따라하려는 사람'간의 끝없는 술래잡기는 여전하다.



다섯번째. 공근혜 갤러리

개장시간 : 10:00~18:00 (월요일 휴관) / 일요일 : 12:00~18:00

많은 전시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는 공근혜 갤러리.

우선 안성석 작가의 <historic present>전이 10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린다.
현재의 모습 위로 오버랩된 옛모습이 담긴 사진. 안성석 작가는 퍼포먼스적인 사진을 통해 시간을 뒤섞어놓는다. 옛모습과 현재는 이어지며 재귀적인 다큐멘터리로 남는다. 역사 속에서 변해가는 것들, 그리고 또 순환되는 역사. 과거는 지나간 일이지만 현재는 여전히 과거의 방향 위에 있다.

그리고 11월 10일부터 12월 6일까지 민정연 작가의 <불안한 아름다움>전이 이어진다.
파리에서 활동하며 컬렉터들의 사랑을 받는 민정연 작가. 구상이 추상이 되어가는 공간, 그 안에 놓여진 인물들의 내면화된 어둠. <allons dans le desert(사막에 가자, 2009)>나 <promenade Ⅱ(산책 2, 2009)> 등의 작업에서 작가는 정사각의 캔버스 안에 사람들을 가두어버린다. 배경은 인물을 둘러싸고 점점 잠식해가고 갈라진 어둠의 심연은 도망칠 틈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평온한 일상, 하지만 점점 넓어져만 가는 상실감. 또 그만큼 자라나는 외로움. 커뮤니케이션은 강조되어가지만 정작 교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섯번째. UNC 갤러리

개장시간 : 10:30~19:00 (월요일 휴관)

특별한 감성을 가진 작가들을 선보이는 UNC 갤러리.
일전에 소개했던 지용현 작가의 <Dawn of Chaos (혼돈의 새벽)>전이 11월 8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지용현 작가는 바라보는 이를 미로 속에 빠트린다. 환상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작가의 작업은 영원히 지속되는 어떤 것을 찾아 헤매인다. 어느 순간 그것은 동굴에 있고, 또 어느 순간엔 강변에 있다. 때때로 인간의 뇌 속에 있기도 한다. 화려한 색채는 금속적인 윤기를 띄고, 조그마한 자갈들은 떠올라 어디론가 사라진다.  (또 쓰기 힘들어서 전에 쓴 프리뷰에서 인용. -_-;)

이후 이유진, 이이립, 배준현, 박선주 작가의 4인전이 계속되지만, 아직 프레스릴리즈가 나오지 않아 역시 추후 업데이트로 보강할 예정. -_ㅠ 다들 사물을 비틀고 왜곡시키며 의미를 생성해내는 작가들이라 그와 관련된 기획전이 되지 않을까 막연히 추측 중.





일곱번째. 갤러리 이즈

개장시간 : 10:00~19:00

정말 다양한 전시가 1주일 주기로 줄기차게 열리는 갤러리.
27일부로 4개의 전시가 끝나고 또 28일부터 3개의 전시가 열린다.

# 10월 28일~11월 03일
- 박금만 개인전 <연극적 무대, 그 패러독스에 담긴 삶의 진실들> :
홀로그램천, 비즈 등으로 반짝이는 배경에 각종 연극적인 포즈를 취하는 개인들을 담은 조각전. 오리엔탈적인 형태와 굳게 다운 인물들의 표정없는 얼굴이 재미있다.
- 윤성도 개인전 <나무이야기> :
오랫동안 사진과 함께 해온 의사 겸 사진가 윤성도가 전하는 나무에 대한 소회. 흑백사진으로 담은 소박한 이야기. 나무에 슬쩍 지친 몸을 기대듯 정적인 편안함이 있는 사진전.
- 연세희 개인전
짧게 평하기가 미안한 마음이 드는, 이미 미술계의 전설이 되신 풍속화가 연세희 화백의 개인전. 나이는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새로운 화풍을 선보이며 팝과 동양화를 조화시켜나가는 정정함을 엿볼 수 있다. 음반도 내신 듯 하던데... 바쁘신 듯 하다. ㅎㅎ 앞으로도 쭈욱 기대해봐도 좋을, 멋진 삶을 만들어가시는 분.

# 11월 04일~11월 10일
- 나윤구 개인전 <숲 그리움의 경계>
숲의 풍경 너머로 보이는 먹의 도시. 고층빌딩이 늘어날수록 숲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또한 하나씩 늘어간다.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자연과 문명. 작가는 자연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마음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 이은희 개인전 <아름다운 향기 나누기>
- 김성희 개인전 <내유의 뜰>


# 11월 04일~11월 17일
- 함수연 개인전 <연속된 풍경>
차분하게 가라앉은 일상의 풍경. 일관된 파스텔톤의 배경은 마치 고착되어 버린 일상을 담고 있는 것 같다. 매일매일 바뀌어가지만, 크게 보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 권태로움. 무미건조한 눈동자 속엔 삶의 쳇바퀴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다.


# 11월 11일~11월 17일
- 김계영 개인전
- 이미애 개인전 <내안의 이야기>
- 2009 공주대학교 만화학과 졸업전시전


# 11월 18일~11월 24일
- 이재수 개인전
- 원세유 개인전 <Reflect - The ideal & reality>
화려한 도시에서 그보다 화려하게 거리를 누비는 각선미의 향연. 작가는 광고 속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욕망과 산업이 뒤섞이며 개성이 상실된 도시공간을 탐색한다.
- 박은주 개인전
- 이선제 개인전 <바람 부는 풍경>
절제된 표현, 여백의 미학. 낙엽들은 이리저리 흩날리고, 가을바람 속에서 삶을 되돌아본다. 고요한 혼자만의 풍경을 걸으며 사색에 젖어든다.


# 11월 25일~12월 1일
- 송승호 개인전
- 성영희 개인전 <The Look of desire>
- 김규리 개인전 <Transformig Escapees>
- 최대열, 사수자 2인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이지만 자신할 수는 없을 듯. ㅎㅎ :)



여덟번째. 갤러리 토포하우스

개장시간 : 10:00~19:00

역시 정말 다양한 전시가 1주일 주기로 열리는 갤러리.
마찬가지로 27일부로 3개의 전시가 끝나고 또 열심히 달려간다.

# 10월 29일~11월 03일
- 양재석 개인전 <시간을 새기다>
- 박은영 개인전 <Liquid ashes(액체적 재)>

일관성 없이 오브제들이 놓여진 어지로움 속에서 빛무리들이 끝없이 맴돈다. 던져진 오브제들은 빛으로 투사되고, 투사된 빛은 그림자의 재(ashes)로 재변형되며 지속적으로 이지러진다. 박은영 작가의 액체(liquid)는 잡을 수 없는 순간의 환영이다. (전에 쓴 프리뷰에서 인용.)

- 황승욱 개인전 <CANON>

# 11월 04일~11월 10일

- 한오 초대전
현대미술회고전에 방문하신 분이라면 한오 작가의 강렬한 숲을 본 적이 있을 듯 하다. 오랫동안 붓을 놓았던 작가는 이제 숲을 떠나 동물로 더욱 강렬한 생명력을 분출한다. 미협 이사장 선거에서 낙방한 후, 여러가지 사업에 뛰어들며 더욱 특이해진 작가의 필치가 기대된다.

- 조재영 개인전

# 11월 04일 11월 17일
- 제 2회 김연경 보석 장신구전


# 11월 11일~11월 17일
- 필로프린트 판화전
- 이영숙 개인전

# 11월 25일~12월 1일
- 2009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졸업작품전
- 임영숙 개인전

토포하우스에선 중견작가들과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전시들이 눈에 많이 띄인다. 그래서 그런지 프레스릴리즈를 찾아보기 어렵다. -_-; 역시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지만 아마도 몇 개는 건너뛰게 될지도... ㅋ





간단하게 정리(?)하는 건데도 상당히 힘들었다.
특히 전시가 많은 갤러리 이즈와 토포하우스는 12월 갤러리 투어에서는 슬며시 빠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접근성이 높고 괜찮은 전시가 줄을 잇는다지만, 덕분에 필자의 체력도 쪽쪽 빨아드시며 업데이트의 압박을 남겨주신다. ㅋ

어쨌든 점점 쌀쌀해져 가는 날씨, 갤러리 투어와 함께 훈훈한 분위기 만들어가시길~~~